여기서 검증하는 규칙은 연구부가 고안한 것이 아닙니다. 2026년에 나온 한 개인투자자의 책이 폭락장 대응법으로 제시한 지수 과매도 매수입니다. 책의 표·차트·사례는 싣지 않아요. 같은 규칙을 코드로 옮겨 우리 자료에 걸어 본 실측만 적어요.
폭락장에서 지수를 사는 전략은 이야기가 쉬워요. 공포에 질려 던진 물량 때문에 지수가 제 값보다 더 빠졌으니, 공포가 가시면 제자리로 돌아온다는 겁니다. 평균회귀라고 불러요.
사는 자리는 대부분의 책이 비슷하게 말해요. 문제는 파는 자리입니다. 이 글은 거기에만 집중했어요. 사는 규칙은 하나로 고정하고 파는 규칙만 여섯 가지로 바꿔 가며 26~36년치를 전부 돌렸습니다.
1. 무엇을 어떻게 걸었나
사는 규칙 (고정)
코스피 RSI(14)가 30 아래로 내려간 날 → 그날 종가로 신호 확인
→ 다음날 시가에 매수
RSI는 오른 날의 평균 상승폭과 내린 날의 평균 하락폭을 견줘 0~100으로 만든 수치예요. 14일치를 쓰고, 30 아래면 ‘내린 날의 힘이 압도적이었다’는 뜻이라 흔히 과매도라고 부릅니다.
신호가 난 날 종가로 확인하고 다음날 시가에 사는 이유가 있어요. 그날 종가로 샀다고 계산하면 장이 끝나야 알 수 있는 값을 장중에 쓴 셈이 됩니다. 실제로는 불가능한 거래라 수익이 부풀어요. 그래서 한 박자 늦춰 다음날 시가로 잡았습니다.
파는 규칙 (여섯 가지)
① RSI ≥ 50 이 된 다음날 시가 ← 책의 기본형
② RSI ≥ 60 ③ RSI ≥ 70
④ 고정 20일 ⑤ 고정 60일
⑥ RSI ≥ 50 을 찍은 뒤, 20일선을 아래로 깨면
진입에 조건을 더 얹은 판
책은 RSI만 보지 말고 시장 체력(ADR)과 반대매매 출회를 같이 보라고 합니다. 그 조합도 따로 돌렸어요. ADR은 20일 동안 오른 종목과 내린 종목의 비율이고, 80 아래면 내린 종목이 훨씬 많았다는 뜻이에요. 반대매매는 직접 셀 수 없어서 하한가 종목이 갑자기 늘어난 날로 대신했습니다.
비용과 기간
지수 ETF를 가정해 왕복 10bp를 뺐어요. 한 번에 한 포지션만 들고, 신호가 없는 동안은 현금입니다. 현금 이자는 0으로 놨어요. 코스피는 2000년부터, S&P500과 VIX는 1990년부터입니다.
2. 한 사건을 끝까지 따라가면
2024년 8월 5일, 코스피가 하루에 8.8% 빠졌어요. 그날 RSI가 30 밑으로 떨어졌고 규칙대로 다음날 시가에 샀습니다.
RSI가 50을 회복한 건 2024년 8월 19일이에요. 거기서 팔면 +6.4% 입니다. 2주 만에 그만큼 벌었으니 나쁘지 않아 보여요.
그런데 그 자리에서 팔지 않고 RSI 70까지 기다렸다면, 그날은 2025년 2월 20일이고 성적은 +5.0% 였어요. 반년을 더 들고 있었는데 오히려 조금 줄었습니다.

한 사건만 보면 이렇게 “50에 파는 게 맞네”로 읽혀요. 이래서 사례 한둘로는 아무것도 못 정합니다. 전부 세어 보면 이야기가 뒤집힙니다.
3. 파는 자리를 바꿔 가며 전부 세어 보면

| 청산 규칙 | 사건 | 승률 | 사건당 평균 | 중앙값 | 보유일 |
|---|---|---|---|---|---|
| RSI≥50 (책) | 50 | 62% | +1.3% | +1.7% | 18일 |
| RSI≥60 | 35 | 60% | +0.2% | +1.0% | 53일 |
| RSI≥70 | 29 | 83% | +3.7% | +5.3% | 104일 |
| 고정 20일 | 50 | 50% | +0.5% | +0.1% | 21일 |
| 고정 60일 | 39 | 62% | +1.5% | +1.9% | 61일 |
| RSI≥50 후 20일선 이탈 | 50 | 62% | +2.4% | +1.6% | 31일 |
책은 RSI 50 부근이 통계적으로 가장 확률 높은 매도 자리라고 합니다. 실측은 반대예요.
50에 팔면 승률 62%에 평균 +1.3%입니다. 70까지 들고 있으면 승률 83%에 평균 +3.7% 예요. 승률과 수익이 같이 올라갑니다. 보통은 수익을 키우면 승률이 깎이는데 여기서는 둘 다 좋아져요.
왜 그럴까요. 과매도에서 반등이 시작되면 RSI 50에서 멈추지 않기 때문입니다. 50은 ‘오른 날과 내린 날의 힘이 같아진 지점’일 뿐이에요. 바닥에서 돌아선 지수가 겨우 균형점까지만 가고 멈추는 경우는 드뭅니다. 추세가 붙으면 70까지 밀어붙여요.
그래서 50 청산은 ‘빨리 나오는’ 규칙이지 ‘확률 높은’ 규칙이 아닙니다. 빨리 나오면 마음은 편한데, 반등의 대부분을 남에게 주고 나오는 거예요.
60이 가장 나쁜 게 눈에 띕니다(평균 +0.2%). 50처럼 빨리 나오지도 못하고 70처럼 끝까지 가지도 못해서, 반등이 꺾이는 구간에 어정쩡하게 걸립니다.
진입 조건을 더 얹으면
ADR 80 아래를 같이 보면 사건 46건, 승률 67%, 평균 +1.8%로 조금 나아져요. 걸러 낸 네 건이 나빴던 신호였다는 뜻입니다.
책이 말한 세 가지 교집합(RSI + ADR + 반대매매)은 승률 80%에 평균 +2.9%입니다. 숫자만 보면 제일 좋아요. 그런데 사건이 10건뿐입니다.
10건으로 80%면 여덟 번 맞고 두 번 틀린 겁니다. 한 번만 더 틀렸으면 70%가 돼요. 이 정도 표본에서 나온 승률은 다음 폭락에 그대로 재현된다고 보기 어렵습니다. 좋아 보이는 조합일수록 조건을 겹칠수록 사건이 줄어든다는 걸 같이 봐야 해요.
4. 그래서 이걸로 지수를 이기나 — 아니요
여기가 이 글에서 가장 중요한 대목입니다.

| CAGR | MDD | 투자한 날 비율 | |
|---|---|---|---|
| 코스피 계속 보유 | +7.5% | -56% | 100% |
| RSI<30 → RSI 50 매도 (책) | +1.9% | -39% | 14% |
| RSI<30 → RSI 70 매도 | +3.3% | -47% | 46% |
| 위 규칙에 레버리지 2배 가정 | +2.2% | -68% | 14% |
사건당 평균은 플러스인데 연 수익률은 코스피 계속 보유에 한참 못 미칩니다. 모순처럼 보이지만 답은 마지막 칸에 있어요.
투자한 날이 14%뿐입니다. 나머지 86%는 현금으로 놀고 있어요. 포지션을 들고 있는 하루하루만 떼어 보면 수익률이 계속 보유의 두 배쯤 되는데, 그런 날이 일곱 중 하나밖에 없어서 합산하면 뒤집힙니다.
그러니 이 규칙은 현금을 투입할 시점을 고르는 장치로 봐야 합니다. 이것만으로 지수를 앞지르겠다는 쓰임이 아니에요. 원 저자도 그렇게 쓰고 있고요. 계좌 전부를 여기 맡기면 몇 해씩 현금만 쥐고 있게 됩니다.
이득이 나도 버텨야 하는 시간
수익률만 보면 안 됩니다. 고점에서 빠진 뒤 본전까지 얼마나 걸리는지가 실제로 들고 있을 수 있느냐를 정해요.
| 구성 | 최대 낙폭 | 고점→저점 걸린 기간 | 저점→본전 회복 기간 | 고점 못 넘긴 최장 기간 | 손실 상태였던 날 비율 |
|---|---|---|---|---|---|
| 코스피 계속 보유 | -56% | 20개월 (2000-01-04→2001-09-17) | 45개월 | 71개월 | 96% |
| RSI<30 → RSI 50 매도 | -39% | 134개월 (2008-10-14→2020-03-19) | 52개월 | 186개월 | 89% |
| RSI<30 → RSI 70 매도 | -47% | 10개월 (2007-12-06→2008-10-24) | 39개월 | 87개월 | 97% |
RSI 50 매도의 고점 못 넘긴 최장 기간이 186개월 입니다. 15년이 넘어요. 낙폭 자체는 −39%로 계속 보유(−56%)보다 얕은데, 한 번 미끄러지면 좀처럼 새 고점을 못 만듭니다. 들어가 있는 날이 적어 회복할 기회도 그만큼 적기 때문이에요.
낙폭이 얕다고 버티기 쉬운 게 아닙니다. 얕게 오래 지는 쪽이 더 견디기 어려울 수 있어요.
레버리지는 한 사건이 정합니다
책은 초보자에게 코스피 레버리지 ETF 분할매수를 권합니다. 2배를 걸어 보면 이렇게 돼요.
- CAGR은 +1.9%에서 +2.2% — 거의 안 늘어요
- MDD는 −39%에서 −68% — 거의 두 배가 돼요
낙폭을 키운 건 2008년 10월 한 사건입니다. 그 사건 자체가 −13.6%였어요.
여기서 눈여겨볼 건 평균은 거의 안 늘었는데 최악만 크게 늘었다는 점입니다. 2배 ETF는 하루 단위로 2배를 맞추기 때문에, 오르내림이 반복되는 구간에서는 원금이 조금씩 깎여요. 그래서 수익은 2배로 안 붙고 낙폭만 커집니다.
5. 미국은 어땠나

S&P500에 RSI 30만 걸면 43건, 승률 77%에 평균 +1.4%예요. 여기에 VIX 30 위를 얹으면 16건으로 줄면서 승률 75%, 평균 +2.6% 로 올라갑니다. 같은 신호로 반도체 ETF를 사면 평균 +5.1%(12건)예요. 변동성이 큰 자산일수록 반등도 크다는 뜻입니다.
여기까지는 원 규칙이 가리킨 방향과 어긋나지 않습니다. 다만 투자한 날이 전체의 3% 에 그쳐 자산곡선에 보태는 몫은 미미해요.
VIX만 따로도 봤어요. VIX가 30을 처음 넘은 모든 사건 94건의 1개월 뒤 S&P500 수익은 승률 69%, 평균 +2.2%, 중앙 +2.8%입니다. 가장 나빴던 두 번은 2008년 9월이 −16%, 2020년 2월이 −15%였습니다.
2015년 이후만 보면 30건에 승률 80%, 평균 +3.4%로 최근이 특히 좋았습니다. 구간을 자르면 전략이 좋아 보이는 전형적인 예예요. 전수로 보면 열 번 중 세 번은 한 달 뒤에도 손실입니다.
6. 다섯 지수에 똑같이 걸어 보면 — 여기서 갈립니다
책은 코스피와 S&P500만 다루지만 규칙 자체는 어느 지수에나 걸 수 있어요. 다섯 지수에 똑같은 규칙을 적용했습니다. 코스닥만 시가 자료가 없어서 다음날 종가로 사고파는 것으로 대신했어요.
| 지수 | 계속보유 CAGR·MDD | RSI 50 매도 (사건·승률·평균) | RSI 70 매도 | RSI 50 후 20일선 이탈 |
|---|---|---|---|---|
| 코스피 (2000~) | +7.5% · -56% | 50 · 62% · +1.3% | 29 · 83% · +3.7% | 50 · 62% · +2.4% |
| 코스닥 (2000-10~) | -0.3% · -72% | 60 · 70% · -0.0% | 32 · 59% · +0.7% | 60 · 63% · +1.4% |
| S&P500 (1990~) | +8.7% · -57% | 43 · 77% · +1.4% | 33 · 88% · +6.4% | 43 · 70% · +3.0% |
| 나스닥 (1990~) | +11.7% · -78% | 52 · 69% · +1.9% | 36 · 78% · +6.1% | 52 · 71% · +3.9% |
| 닛케이 (1990~) | +1.4% · -82% | 60 · 62% · +0.3% | 33 · 61% · -1.4% | 60 · 48% · -0.1% |
“RSI 70까지 들어라”가 맞는 건 코스피·S&P500·나스닥 셋뿐이에요(승률 78~88%, 평균 +3.7~+6.4%).
코스닥은 RSI 50에 팔면 평균이 0이고, 70에 팔아도 +0.7%뿐입니다. 닛케이는 70에 팔면 −1.4% 로 아예 마이너스예요.
셋과 둘을 가르는 건 그 지수가 결국 올랐느냐 하나입니다. 계속보유 CAGR을 보세요.
- 오른 쪽: 코스피 +7.5% · S&P500 +8.7% · 나스닥 +11.7%
- 안 오른 쪽: 코스닥 −0.3% · 닛케이 +1.4%
평균회귀는 ‘평균’이 어디 있느냐에 달린 전략입니다. 지수가 장기로 우상향하면 과매도는 그 상승 추세에서 잠깐 아래로 벗어난 자리이고, 돌아올 곳이 위에 있어요. 그런데 지수가 제자리거나 내려가면 과매도는 더 내려가는 길의 중간 지점입니다. 돌아올 평균 자체가 아래로 움직이고 있으니, 반등해 봐야 다음 하락으로 이어져요.
이 규칙을 코스닥에 그대로 옮기는 건, 특히 레버리지를 얹는 건 코스닥 자체 숫자로는 근거가 약합니다. 코스닥은 26년 CAGR이 −0.3%예요.
7. 정리하면
- 파는 자리는 RSI 50보다 훨씬 뒤입니다. 단, 우상향하는 지수에서만요. 코스피·미국 지수에서는 70이나 20일선 이탈까지 기다리는 쪽이 승률과 수익 모두 높았어요.
- 코스닥·닛케이에서는 어떤 청산도 남는 게 없었습니다. 전략이 나쁜 게 아니라 전제가 안 맞는 겁니다.
- 지수를 이기는 전략이 아닙니다. 들어가 있는 날이 14%라, 하루당 수익이 두 배여도 전체로는 집니다. 현금을 언제 넣을지 정하는 규칙으로 쓰는 게 맞아요.
- 레버리지는 평균을 안 늘리고 최악만 늘립니다. CAGR +1.9%→+2.2%, MDD −39%→−68%.
- 좋아 보이는 조합일수록 사건 수를 보세요. 3중 교집합 승률 80%는 10건짜리입니다.
8. 유의점
- 5:3:2 분할매수는 차이가 없었어요. 다음날 시가 50·종가 30·이틀째 시가 20으로 나눠 사도 한 번에 사는 것 대비 평균 +0.05%, 유리한 경우가 54%입니다. 심리적 장치이지 수익 장치가 아니에요.
- 신호가 몰리는 해가 있고 거의 없는 해가 있어요(2016년과 2017년이 각각 한 번, 2025년도 한 번). 해마다 고르게 기회가 오는 규칙이 아닙니다.
- 쉬는 동안의 현금에는 이자를 한 푼도 안 붙였습니다. 연 3%를 받는다고 치면 자산곡선 전체가 그만큼 들리지만, 지수와의 우열은 그대로예요.
- 지나간 자료로 잰 결과예요. 앞으로도 같다는 보장은 없습니다. 투자 권유가 아니에요.
이 글의 숫자는 남의 결과를 옮긴 게 아니라, 규칙을 코드로 옮겨 직접 다시 돌려 얻은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