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을 똑같이 나눠도 위험은 안 나뉜다 — 동일가중과 역변동성

종목을 고르는 이야기는 넘치는데 얼마씩 담을까는 잘 안 다룹니다. 같은 종목을 사도 비중을 어떻게 나누느냐에 따라 결과가 달라져요. 흔한 방법들을 재 봤습니다.

스무 종목을 골랐다고 해 봅시다. 가진 돈이 1,000만 원이면 대개 한 자리에 50만 원씩 똑같이 넣죠. 이걸 동일가중이라고 합니다.

돈은 공평하게 나뉘었습니다. 그런데 위험은 안 나뉩니다.

1. 같은 5%가 같은 5%가 아닙니다

종목마다 하루에 출렁이는 폭이 제각각입니다. 최근 석 달쯤(60거래일) 하루하루의 등락이 제 평균에서 얼마나 떨어져 있었는지로 재고, 그 값을 변동성이라 부릅니다.

2026년 8월 말 기준 시가총액 상위 20종입니다.

종목 하루 평균 흔들림 역변동성 비중
셀트리온 2.88% 7.96%
하나금융지주 3.02% 7.60%
신한지주 3.08% 7.45%
KB금융 3.17% 7.23%
삼성바이오로직스 3.28% 6.99%
HD현대중공업 3.82% 6.00%
기아 4.00% 5.74%
현대차 4.17% 5.51%
현대모비스 4.41% 5.20%
한화에어로스페이스 4.67% 4.91%
LG에너지솔루션 4.72% 4.86%
두산에너빌리티 4.87% 4.71%
삼성SDI 5.72% 4.01%
SK 6.46% 3.55%
삼성생명 6.53% 3.51%
삼성물산 6.65% 3.45%
삼성전자 7.03% 3.26%
SK하이닉스 8.18% 2.81%
SK스퀘어 8.53% 2.69%
삼성전기 8.89% 2.58%

맨 위와 맨 아래를 보세요. 셀트리온은 하루에 2.9%쯤, 삼성전기는 8.9%쯤 움직입니다. 3배 차이예요.

둘 다 5%씩 담으면 금액은 같지만 계좌를 흔드는 힘은 삼성전기가 셀트리온의 3배입니다. 스무 종목에 나눠 담았다고 생각해도, 실제로는 많이 흔들리는 몇 종목이 계좌의 움직임을 좌우해요.

분산이 됐다고 느끼는 것과 실제로 된 것은 다릅니다.

2. 흔들림의 역수로 나누기

각 종목의 1 ÷ 변동성을 구해서, 그 비율대로 돈을 나눕니다. 세 단계예요.

① 종목마다 숫자를 하나 만든다. 변동성을 분모에 놓고 1을 나눕니다.

셀트리온   1 ÷ 2.88 = 0.347
삼성전기   1 ÷ 8.89 = 0.112

② 그 숫자 스무 개를 모두 합친다. 여기서는 4.360 이 나왔습니다.

③ 각자의 숫자를 그 합으로 나눈다. 나온 값이 담을 비율입니다.

셀트리온   0.347 ÷ 4.360 = 7.96%
삼성전기   0.112 ÷ 4.360 = 2.58%

②번을 빠뜨리는 실수가 잦습니다. 앞에서 만든 숫자는 투표에서 받은 표이고, 비중은 득표율이에요. 받은 표만으로는 몇 퍼센트인지 알 수 없고, 전체 표로 나눠야 스무 개를 더해 100%가 됩니다.

셀트리온 점수가 삼성전기의 3.1배니까 비중도 3.1배(7.96 ÷ 2.58)예요. 변동성 차이가 그대로 뒤집혀 들어간 겁니다.

움직임이 3배면 담는 돈은 3분의 1. 그 결과 두 종목이 계좌를 흔드는 양이 같아집니다. 금액을 고르게 맞추는 대신 흔들림을 고르게 맞추는 방식이에요.

스무 종목 전부를 이 방식으로 나누면 이렇게 됩니다. 붉은 점선이 똑같이 나눴을 때의 5%예요.

비중예시

위쪽 얌전한 종목들이 5% 선을 넘어가고, 아래쪽 많이 움직이는 종목들이 선 안쪽으로 들어옵니다. 막대 길이가 흔들림 순서를 그대로 뒤집어 놓은 모양입니다.

3. 네 바스켓에 여섯 방식을 걸었습니다

비중 방식만 비교하려면 종목 고르는 규칙이 결과에 섞이면 안 됩니다. 그래서 성격이 다른 바스켓 넷을 만들고 각각에 같은 방식들을 걸었어요.

묶음:   ① 시가총액 상위 20종   ②③④ 무작위로 뽑은 20종 세 판
비중:   동일가중 · 역변동성(20·60·120일)
        역변동성 60일에 '동일가중의 2배' 상한 · 시가총액 가중
기간:   2018-07 ~ 2026-09, 매월 25일 기준 교체, 왕복 30bp 차감
잣대:   연 수익률 · 최대 낙폭 · 샤프 · 연 변동성

같은 기간 코스피는 연 +14.6%·최대 낙폭 −39%·샤프 0.66·연 변동성 26% 였습니다.

묶음 ① — 덩치 큰 스무 종목 (시가총액 상위)

비중 연 수익률 최대 낙폭 샤프
동일가중 +14.2% -39% 0.65
역변동성 20일 +13.9% -38% 0.67
역변동성 60일 +14.4% -37% 0.69
역변동성 120일 +14.9% -37% 0.71
역변동성 60일 + 2배 상한 +14.4% -37% 0.69
시총가중 +21.0% -45% 0.78
비중 연 변동성
동일가중 25%
역변동성 20일 24%
역변동성 60일 24%
역변동성 120일 24%
역변동성 60일 + 2배 상한 24%
시총가중 31%

묶음 ② — 무작위로 뽑은 스무 종목, 첫째 판

비중 연 수익률 최대 낙폭 샤프
동일가중 +8.3% -52% 0.42
역변동성 20일 +8.8% -52% 0.45
역변동성 60일 +10.8% -50% 0.52
역변동성 120일 +11.6% -49% 0.55
역변동성 60일 + 2배 상한 +10.8% -50% 0.52
시총가중 +7.3% -48% 0.38
비중 연 변동성
동일가중 28%
역변동성 20일 26%
역변동성 60일 26%
역변동성 120일 26%
역변동성 60일 + 2배 상한 26%
시총가중 32%

묶음 ③ — 무작위로 뽑은 스무 종목, 둘째 판

비중 연 수익률 최대 낙폭 샤프
동일가중 +10.0% -49% 0.48
역변동성 20일 +10.3% -49% 0.51
역변동성 60일 +10.6% -48% 0.52
역변동성 120일 +10.6% -47% 0.52
역변동성 60일 + 2배 상한 +10.8% -48% 0.52
시총가중 +2.7% -63% 0.25
비중 연 변동성
동일가중 29%
역변동성 20일 26%
역변동성 60일 26%
역변동성 120일 26%
역변동성 60일 + 2배 상한 26%
시총가중 33%

묶음 ④ — 무작위로 뽑은 스무 종목, 셋째 판

비중 연 수익률 최대 낙폭 샤프
동일가중 +8.2% -55% 0.42
역변동성 20일 +12.0% -53% 0.57
역변동성 60일 +12.0% -51% 0.57
역변동성 120일 +12.1% -51% 0.57
역변동성 60일 + 2배 상한 +12.1% -51% 0.57
시총가중 +15.0% -53% 0.60
비중 연 변동성
동일가중 28%
역변동성 20일 26%
역변동성 60일 26%
역변동성 120일 26%
역변동성 60일 + 2배 상한 26%
시총가중 31%

바스켓별

묶음 넷의 평균 샤프입니다.

비중 바스켓 4개 평균 샤프
동일가중 0.49
역변동성 20일 0.55
역변동성 60일 0.57
역변동성 120일 0.59
역변동성 60일 + 2배 상한 0.58
시총가중 0.50

4. 읽은 것

네 번 다 이겼습니다 — 크게는 아니고

흔들림으로 나눈 쪽이 바스켓 넷 전부에서 똑같이 나눈 쪽보다 샤프가 높게 나왔습니다. 벌어진 폭은 0.03~0.15 로 크지 않아요.

큰 격차보다 단 한 번도 밀리지 않았다는 쪽이 중요합니다. 큰 격차는 운에서도 나올 수 있지만, 성격이 다른 묶음 넷에서 방향이 전부 같으면 우연으로 돌리기 어려워요.

흔들림이 줄었습니다

연 변동성이 25~29% 구간에서 24~26% 구간으로 내려옵니다. 가장 깊은 낙폭도 1~4%p 얕아요. 들고 있는 종목은 그대로인데 계좌가 덜 요동친 겁니다.

수익을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흔히 위험을 줄이면 수익도 같이 깎인다고 봅니다. 그런데 무작위로 뽑은 묶음들에서는 연 수익률까지 흔들림으로 나눈 쪽이 높았어요. 첫째 판은 8.3%에서 10.8%로, 셋째 판은 8.2%에서 12.0%로 올라갔습니다.

크게 출렁이는 종목이 그만큼 더 벌어 주지는 않았다는 뜻입니다. 변동을 견디면 대가가 돌아온다는 통념이 이 자료에서는 성립하지 않았어요.

자산곡선

첫째 판의 자산 곡선입니다. 세 선이 담은 종목은 완전히 같고 금액만 다릅니다.

한 가지 더 보세요. 2020년 봄에 셋이 똑같이 주저앉습니다. 비중을 어떻게 나눠도 시장이 통째로 빠지는 구간은 못 피해요. 낙폭이 −52%에서 −50%로 조금 얕아졌을 뿐입니다. 역변동성이 하는 일은 폭락을 막는 게 아니라 평소의 요동을 줄이는 것이에요.

며칠로 재든 비슷합니다

20·60·120일 차이가 샤프 0.05 안쪽입니다. 짧게 재면 비중이 자주 바뀌어 거래가 늘어나니 60일이나 120일이 편해요.

시가총액 가중은 바스켓을 탑니다

덩치 큰 종목들을 모은 묶음에서는 제일 좋았는데(샤프 0.78) 무작위 묶음들에서는 꼴찌였습니다(0.25~0.60).

덩치 큰 몇 종목으로 돈이 쏠리는 방식이라, 하필 그 종목들이 잘 가는 구간에서만 성적이 납니다. 지난 8년 한국 시장이 대형주 쪽으로 기울었던 것과 맞물려요.

5. 왜 이게 통하나

변동성은 수익률보다 훨씬 잘 이어집니다.

최근 두 달 요동이 컸던 종목은 다음 달에도 요동이 클 공산이 큽니다. 반면 최근 두 달 많이 오른 종목이 다음 달에도 오를지는 훨씬 흐릿해요.

그래서 흔들림으로 종목을 추리는 게 아니라 흔들림으로 금액을 정하는 쪽이 통합니다. 앞일이 비교적 잘 보이는 성질을, 그 성질이 쓸모 있는 자리에 놓은 거예요.

이게 이 글에서 가장 쓸모 있는 생각일 수 있습니다. 어떤 정보가 쓸모 있느냐가 아니라 그 정보를 어느 자리에 쓰느냐가 문제인 경우가 많아요.

6. 쓸 때 알아 둘 것

  • 지나간 움직임으로 앞을 재는 방식입니다. 얌전하던 종목이 갑자기 튀면 이미 많이 담아 둔 뒤예요. 흔들림이 이어지는 성질은 강한 편이지만 어긋날 때가 있습니다.
  • 한 자리가 생각보다 커집니다. 위 예시의 맨 윗 종목이 7.96% 로, 고르게 담았을 때(5%)의 1.6배예요. 꺼림칙하면 천장을 씌우면 되고, 씌워도 성적이 거의 같았습니다(표의 2배 상한 줄).
  • 사고파는 비용이 붙습니다. 정해진 비율을 유지하려면 달마다 조금씩 손봐야 하고, 짧게(20일) 잴수록 손볼 양이 많아져요.
  • 상관을 무시한 계산입니다. 제대로 된 위험 균형은 종목끼리 같이 움직이는 정도까지 봐요. 역변동성은 그걸 생략한 간단한 판이라 같은 업종이 여럿 들어오면 그 쏠림은 못 막습니다.

7. 유의점

  • 8년(2018-07~) 한국 시장에서 달마다 한 번 손보는 한 가지 설정으로만 쟀습니다. 무작위로 뽑은 묶음이 셋뿐이라 각 숫자보다 넷 모두 방향이 같았다는 쪽을 봐 주세요.
  • 하루 등락 ±30% 밖(분할·정리매매)은 값이 아니라 사건이라 빼고 계산했습니다.
  • 이 글은 어떤 종목을 살까가 아니라 고른 뒤 얼마씩 담을까만 다룹니다.
  • 지나간 자료로 잰 결과이고 투자 권유가 아닙니다.

이 글의 숫자는 남의 결과를 옮긴 게 아니라, 규칙을 코드로 옮겨 직접 다시 돌려 얻은 것입니다.

글쓴이가 글에 나온 종목을 보유 중일 수 있습니다. 이 글은 측정 결과이고 매수·매도 의견이 아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