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서 재는 규칙은 연구부가 고안한 것이 아닙니다. 차트의 갭을 성격별로 갈라 읽는 방법이 있고, 그중 돌파갭(breakaway gap)은 알렉산더 엘더가 쓰는 신호입니다. 널리 알려진 규칙을 코드로 옮겨 한국·미국 상장주 전부에 걸어 본 기록입니다. 재는 법은 이 시리즈를 읽는 법. 투자 권유가 아닙니다.
어제 장이 끝난 가격보다 오늘 장이 열린 가격이 훌쩍 높으면, 차트에 아무 거래도 없는 빈칸이 생깁니다. 이걸 갭이라고 부르죠.
이 규칙의 출발점은 갭이라고 다 같은 갭이 아니라는 생각입니다.
1. 어디서 뜬 갭이냐가 전부입니다
같은 크기로 벌어진 빈칸이라도 차트의 어느 자리에서 생겼느냐에 따라 뜻이 다르다고 봅니다. 흔히 세 갈래로 가릅니다.
- 돌파갭 — 가격이 한참 좁은 범위에 갇혀 있다가, 그 범위의 천장을 넘으면서 뜬 갭
- 계속갭 — 이미 오르고 있는 도중에 뜬 갭
- 소진갭 — 많이 오를 대로 오른 뒤에 뜬 갭
이 셋 중 돌파갭을 가장 무겁게 치는 데는 그럴듯한 설명이 붙습니다.
가격이 몇 달째 같은 구간을 오르내렸다면, 그 구간 위쪽에서 산 사람들이 꽤 쌓여 있다는 뜻입니다. 이 사람들은 가격이 본전 근처로 올라오면 내놓습니다. 그 물량이 천장 노릇을 하는 겁니다. 올라올 때마다 눌리는 이유가 거기 있죠.
그런데 어느 날 아침 그 천장 위에서 거래가 시작된다면, 밤새 그 물량을 전부 받아 넘긴 쪽이 있었다는 말이 됩니다. 머리 위를 누르던 게 치워졌으니 그 위는 비어 있고, 그래서 더 간다 — 이게 논리입니다.
정말 그런지를 쟀습니다.
2. 말을 숫자로 바꾸기
“오래 갇혀 있다가 천장을 넘었다”를 코드가 알아들으려면 기준이 있어야 합니다. 여기서는 그날 종가가 60일 최고가인지로 잡았습니다. 석 달 동안 이보다 비싸게 거래된 적이 없다면, 머리 위의 물량이 치워진 것으로 본 겁니다.
시가 > 어제 고가 AND 종가 ≥ 60일 최고가
→ 다음날 시가에 매수
→ 20거래일 뒤 시가에 매도
시가로 사고파는 이유가 있습니다. 신호는 종가가 확정돼야 나오는데, 그 종가에는 살 수 없으니까요. 종가로 사는 것처럼 계산하면 실제로는 불가능한 성적이 나옵니다. 하루를 미뤄 다음 날 시가에 사는 쪽이 실제에 가깝습니다.
3. 사면 어떻게 되나 — 두 장면
삼천당제약(000250), 2026-02-20에 신호가 났습니다. +50.9% 로 끝났습니다.

같은 코드가 삼현(437730) 에서 2026-01-16에 신호를 냈을 때는 이렇게 갔습니다. -26.5% 입니다.

4. 장이 어떤 상태였나로 갈라 봤습니다

| 상승장 | 횡보장 | 하락장 | |
|---|---|---|---|
| 🇰🇷 한국 초과수익 (%p) | +0.35 | -1.98 | -2.56 |
| 🇰🇷 신호 수 · 승률 | 22,858 · 41% | 3,224 · 35% | 3,553 · 38% |
| 🇺🇸 미국 초과수익 (%p) | -0.08 | +0.06 | -0.64 |
| 🇺🇸 신호 수 · 승률 | 286,197 · 46% | 39,395 · 47% | 29,781 · 45% |
표의 값은 수익률이 아닙니다. 한국 상승장 칸의 +0.35 — 지수가 그만큼 갔다는 뜻이 아니라, 같은 날 아무 종목이나 산 것보다 20일에 0.35%p 나았다는 말입니다.
읽은 것
되는 국면이 없습니다.
한국 상승장이 +0.35로 겨우 플러스인데, 이 크기는 아무거나 산 것과 구분이 안 되는 범위입니다. 나머지는 전부 마이너스고, 하락장이 -2.56으로 가장 깊습니다. 미국은 세 국면 모두 0 언저리에 하락장만 -0.64예요.
한국과 미국이 공통으로 되는 국면이 하나도 없다는 게 결론입니다.
5. 앞뒤로 갈라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국면과는 별개로, 기간을 앞 절반과 뒤 절반으로 잘라 보는 검사도 했습니다. 규칙을 만든 자리에서만 잘 맞고 다른 자리에서는 안 맞는 경우를 잡으려는 겁니다.

| 한국 2018~2022 | 한국 2023~2026 | 미국 2000~2013 | 미국 2014~2026 | |
|---|---|---|---|---|
| 초과수익 (%p) | -0.88 | +0.30 | -0.19 | -0.05 |
한국 뒤 절반만 +0.30으로 플러스입니다. 그런데 이건 규칙이 나아진 게 아니라 그 구간에 상승장이 많았던 탓입니다. 위의 국면별 표를 보면 한국에서 플러스가 나오는 유일한 자리가 상승장이죠. 상승장이 많이 섞인 구간을 통째로 평균 내면 그 플러스가 떠오릅니다.
기간으로 자르면 그 기간의 국면 구성이 결과를 만듭니다. 국면으로 자른 표가 더 정확한 이유가 이겁니다.
6. 이 신호만으로 돈을 굴렸다면
국면별 초과수익은 한 번 한 번의 평균이지, 계좌가 실제로 어떻게 됐을지는 보여주지 않습니다. 그래서 포트폴리오로도 굴려 봤습니다.

| CAGR | MDD | 샤프 | 투자일 | 보유종목 | |
|---|---|---|---|---|---|
| 🇰🇷 이 신호 | -5.8% | -63.6% | -0.08 | 97% | 293 |
| 🇰🇷 아무 종목이나 20일씩 | +1.2% | -54.9% | 0.18 | 100% | 전부 |
| 🇺🇸 이 신호 | -0.2% | -67.4% | 0.09 | 99% | 1,079 |
| 🇺🇸 아무 종목이나 20일씩 | +3.9% | -61.9% | 0.28 | 100% | 전부 |
한국은 연 -5.8%, 미국은 -0.2%입니다. 낙폭은 양쪽 다 60%를 넘습니다.
7. 왜 힘이 없었을까
천장이 치워졌다는 해석 자체가 틀렸다기보다, 치워진 뒤에 들어가는 게 늦다는 쪽에 가깝습니다.
갭이 떴다는 건 이미 그 소식이 가격에 들어갔다는 말입니다. 아침 시가가 어제 고가보다 높다는 건 좋은 소식을 아는 사람들이 먼저 사서 그 가격을 만들었다는 뜻이에요. 우리는 그걸 보고 그다음 날 들어갑니다. 한 박자 늦습니다.
하락장 -2.56은 더 분명합니다. 장이 무너지는 중에 뜬 갭은 스무 날 안에 대부분 다시 메워졌습니다. 시장 전체가 끌어내리는 힘이 개별 종목의 돌파보다 셌다는 거죠.
8. 같은 갈래의 나머지 둘
- 계속갭 — 추세 중간에 뜬 갭(EMA가 오르는 중이되 신고가는 아닌 경우)입니다. 모양은 비슷하되 더 약했어요. 한국 상승장 +0.17, 하락장 -0.60.
- 소진갭 — 20일 동안 30% 넘게 오른 뒤에 뜬 갭입니다. 이쪽은 매도 신호로 봤을 때 한국 횡보장 +3.47, 하락장 +2.25로 잘 맞았습니다. 상승장에서도 +0.37로 버텼어요.
셋 중에 쓸모가 보인 건 가장 약하다고 분류되는 소진갭 쪽이었습니다. 많이 오른 뒤에 뜬 갭은 정말로 마지막 열기였던 셈이에요. 양쪽 나라에서 다 살아남은 아홉 건 중 하나입니다.
9. 알아 둘 것
- 첫 계산은 틀렸습니다. 처음 돌렸을 때 한국 상승장이 +2.2로 나왔는데, 종목 목록에 레버리지 ETF 가 섞여 있던 탓이었어요. 2배로 움직이는 상품은 갭도 2배로 뜹니다. 걷어내니 +0.35로 내려앉았습니다. 종목 목록을 어떻게 짜느냐가 결론을 바꾸는 전형이에요.
- ±0.2%p 안쪽은 없는 것으로 읽어 주세요. 거기 드는 칸이 있어요 — 미국 상승장 -0.08. 아무거나 산 것과 구분이 안 된다는 뜻이에요.
- 지나간 자료로 잰 결과이고 투자 권유가 아닙니다.
글쓴이가 글에 나온 종목을 보유 중일 수 있습니다. 이 글은 측정 결과이고 매수·매도 의견이 아닙니다.